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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후기] 편하고 가벼운 운동화 - 뉴발란스 530 스틸그레이


뉴발란스의 첫 시작은 정형외과용 신발의 깔창 제작이었다. 그들은 세 발가락만으로도 완벽한 균형을 이루는 닭발을 연구하여 신발을 제작했다.(그래서 회사 이름이 New Balance이다.) 그들은 신발 연구에도 충실하여 다양한 신발 소재를 끊임없이 혁신하며 개발했다. 뉴발란스의 신발은 오늘날에도 정형외과에서 추천하는 아주 편한 신발로 널리 알려져있으며, 어글리 슈즈가 유행이었던 시기를 지나 이제 스테디셀러로 자리를 잡기에 이르렀다.



뉴발란스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발볼 사이즈를 편하게 고를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선택권이 없지만, 해외 직구를 할 때는 여러 발볼 사이즈를 선택하는데, 이것이 발볼이 넓어 많은 신발이 불편했던 나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옛날에 '조씨네 뉴발란스' 사이트에서 993을 저렴하게 구매할 때가 생각난다. 지금은 가격이 꽤나 비싸졌지만, 그때엔 해외 직구가 낯설어서 이게 과연 주문하면 제대로 올까 걱정도 많이 했었다.


뉴발란스 신발이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은 회색인 것 같다. 그것은 아무래도 스티브 잡스의 이미지에서 비롯된 것 같다. 뉴발란스는 스티브 잡스의 패션 스타일에서 처음으로 접했다. 스티븐 잡스는 검정 폴라티에 청바지, 그리고 회색 992를 항상 신고 다니면서 자신만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나타냈다. 'N'이라는 로고가 기묘하게 투박하면서도 예쁘게 다가왔고, 처음 구매한 574을 정말 지겹게도 신었었다. 특히 993은 5~6년 넘게 데일리 슈즈로 신으면서 그야말로 뽕을 뽑듯이 신었다. 내구성도 은근히 강해서 조금 해지는 것 말고는 크게 망가지지도 않았다.

개인적으로 신발은 자주 신는 스니커즈 2켤레 정도와 정장용 구두, 그리고 격식없는 로퍼 정도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옷을 잘 입는 사람들은 패션의 완성이 신발이라곤 하지만, 그런거까지 일일이 신경쓰기엔 너무 신경쓸 일이 많고 귀찮다. 신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난함과 편안함이다. 어떠한 코디에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고, 오래 신어도 발바닥과 발목이 피곤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나에겐 첫 번째 고려사항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스니커즈는 흰색이나 회색으로 구매하곤 한다.


뉴발란스 993이 완전히 망가지고 해져서 더 이상 신발의 기능을 할 수 없었고, 미관상 좋아보이지 않았기에 새 신발을 구매해야만 했다. 신발만큼은 유행을 타지 않고 무난하게 신고 싶었는데 너무 간만에 구매해서 도통 무엇을 신어야 할 지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별로 좋아하는 플랫폼은 아니지만, 크림에서 요즘 인기 많은 신발을 검색해봤다. 마땅히 눈에 들어오는 신발이 없어서 다시 원래 신던 뉴발란스로 눈을 돌렸다. 993은 몇 년이나 신어서 조금 질렸고, 다른 라인으로 찾던 중에 보인 것이 바로 지금 소개할 530이었다.

구매할 때 정상가가 109,000원이었는데(지금은 검색해보니 가격이 129,000원으로 올랐다.), 당연하게도 공홈에선 품절이었다. 네이버에서 이것저것 검색해보았지만 수상하리만큼 가격이 저렴한 사이트는 가품일 가능성이 높고, 그렇다고 정가라고 해서 정품을 구한다는 보장이 없어서 결국 크림에서 웃돈을 주고 스틸그레이 색상을 구매하게 되었다. 으레 그렇듯이 크림의 배송은 대략 1주일 내외로 걸린 편이며, 자체 검수를 하기에 외관상 큰 하자는 없어보였다.

나의 발 사이즈는 265로, 발볼은 조금 넓은 편이다. 보통 발볼 때문에 부득이하게 큰 사이즈를 고르곤 하는데, 이번에도 270 사이즈로 구매했다. 조금 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기우였다. 발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첫 느낌이 마음에 들었고, (아직 새 신발이기에) 실내에서 착용하여 조금 걸어보니 여러모로 마음에 들었다. 다른 스니커즈는 꽤 오래 신고 다니면서 길들이기를 해야 비로소 내 발에 맞춰져서 편해지는데, 530은 처음부터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러닝화 계통이라서 무척 가볍게 느껴졌다.(다른 런닝화에 비해서도 확실히 가벼웠다!)


우리나라에서 스니커즈를 구매하려면 발볼 사이즈를 따로 고를 수 없는게 아쉬운데, 뉴발란스 530은 발볼이 넓게 나와서 상당히 착용감이 좋았다. 내가 이제까지 신어 본 신발 중에서 가장 편하다고 과감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스틸 그레이 색상은 실버와 그레이가 적절하게 섞여 있는 디자인인데, 사진으로 보면 다소 투박해 보이는 이미지에 뭔가 애매해보여도 실제로 착용하면 대부분의 코디에 잘 어울리는 범용성을 지닌다. 청바지, 슬랙스, 치노 팬츠 등 어떤 바지랑도 잘 어울린다. 심지어 세미 정장에도 나쁘지 않았다.

구매한 지 4달이 지나서 후기를 이어서 작성한다. 지금까지도 출근할 때 거의 매일 신고 다니고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발이 무척 편하고, 착화감이 정말 뛰어나다. 마치 통통통 튀는 듯한 걸음새를 느끼게 해준다. 앞코 메쉬 쪽에 바람이 송송 들어오는데, 겨울에 신기엔 조금 추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경우에는 실내 생활을 주로 하기도 하고, 발에 땀이 많이 차는 편이라 바람이 잘 통하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라고 느껴졌다.

다른 후기글을 보아하니 내구성이 조금 떨어진다는 말이 있는데, 신발이 가벼운 편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주로 출퇴근용이나 외출용으로 가볍게 신는 용도이기에 아직은 거의 새 상품에 가까운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분명 매일매일 험하게 신는다면 잘 해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은 있다. 그래도 누군가 편한 신발을 추천해달라고 한다면 적극적으로 추천해줄 의향이 있을 정도로 간만에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신발이었다.(추후 재구매 의사도 있다.) 사이즈만 있다면 딸내미한테도 신겨서 커플화로 다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