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는 영국의 커틀렛(Cutlet)에서 유래한 음식이다.
커틀렛은 소고기나 양고기에 빵가루를 묻혀 버터로 튀겨낸 음식으로, 19세기에 서양과 밀접하게 교류하던 일본이 서구식 식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독특하게 재해석하여 '돈카츠'로 변형되었다고 한다.(일본처럼 섬나라이기도 하고, 당시엔 영국이 최강대국이었으므로 적극적으로 영국의 문화를 흡수하려고 노력했다.)
일본식 돈카츠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돼지고기를 더욱 얇고 넓게 펴서 달콤한 소스를 뿌려 먹는 '경양식 돈까스'가 유행하게 됐다. 최근에야 일본식의 두툼한 돈카츠 식당들이 점차 대중화되고 있지만, 나는 그래도 어릴 적 추억이 있고 언제 어디서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경양식 돈까스가 더 자주 손이 간다.(경양식 돈까스와 크림 수프, 마카로니, 샐러드가 있다면 사실상 생일상이나 다름 없다.)
전원돈까스는 1980년부터 영업한 아주 오래된 식당이다.
대구 출신이 아니라서 자세힌 알 수 없지만, 와이프 말에 의하면 가게가 오래된 만큼 적어도 대구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 식당에 들린 기억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전원돈까스에 가면 그러한 추석을 되새기듯, 이제 어른이 된 아이들이 자녀들을 데리고 새로운 고객들을 형성하고 있다.
일본을 놀러가면 곳곳에 오래된 노포 식당들이 나름의 전통과 문화를 유지하며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 무언가 부러웠다. 전원돈까스도 특유의 옛스러운 인테리어가 인상적인데, 굳이 리모델링 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한다. 뉴트로가 유행하기도 하고, 옛것이 곧 촌스러운건 아니니깐 말이다.
오전 11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는데, 웨이팅이 의외로 긴 편이다.
사람들이 일찍부터 줄을 서고 있고, 특히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는 꽤나 붐비기도 한다.
오래 대화할 분위기는 아니라서 금세 먹고 나가긴 하지만,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좁은 공간에서 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리 유쾌하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의 맛이 있기 때문에 기다리는 것이겠지만.
식당 내에는 연령대가 꽤나 다양하다. 젊은 연인들부터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정겨운 풍경까지.
어서 우리 애도 무럭무럭 자라서 함께 이런저런 식당을 방문하며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싶다.
가격대는 최근 물가를 고려하면 그냥저냥인 수준이다.
아삭아삭하고 시원한 식감의 깍두기와 콜라 한 잔이 공짜로 제공된다.
전원돈까스를 방문하면 항상 돈까스 한 개는 살짝 모자라서 곱배기를 시키는 편인데, 먹다보면 조금 물려서 몇 개씩 남기곤 한다.(컨디션 좋은 날은 다 먹는다.)
돈까스는 마카로니와 옥수수콘, 맛살, 우동사리, 양배추 샐러드 등이 함께 곁들여져 나온다.
돈까스의 두께는 너무 두껍지도 앏지도 않고 참 알맞게 적당하다. 돈까스엔 달짝지근한 소스가 끼얹어져 있는데, 이 소스가 정말 별미이다. 뭔가 흔할 것 같은 맛인데 막상 찾아보면 이런 맛이 없는, 경양식 돈까스의 표준을 보여준다. 바로 이 맛에 의해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전원돈까스를 찾는게 아닌가 싶다.
포장도 되기에, 종종 대구에 혼자 방문할 일이 있으면 전원돈까스에 방문해서 사오곤 한다.
장거리 운전으로 튀김이 퍼지더라도 여전히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따뜻하거나 미지근해도 맛있다. 동성로에서 뭘 먹어야 할 지 애매할 때 방문하면 적당히 좋다. 취향을 특별히 타지 않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추천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전원돈까스를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특징이 아닐까 생각된다.
* 주소: 대구 중구 동성로6길 2-23 B1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