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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실험] 이 세상은 시뮬레이션인가? - 통 속의 뇌(Brain in a Vat)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이 모두 허구라면?'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 《매트릭스》와 《트루먼 쇼》는 이와 같은 내용을 창의적으로 연출하고 있다.
      
    만약 우리가 정말 허구의 세상에 살고 있다면, 나는 이 세상이 허구인지 인지할 수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 우선 '데카르트의 악마'를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시된 '통 속의 뇌'를 알아보자.


    데카르트의 악마(Descartes' Demon)



    "만약 전지전능한 악마가 나의 모든 감각기관을 속이고 있다면, 나는 무엇을 확신할 수 있는가?"

    '르네 데카르트'는 어떤 상황에서도 확실한 지식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만약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이 거짓일 경우, 한치의 의심의 여지도 없는 진실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분명하게 오감으로 생생히 느껴지는 감각이지만, 이것 또한 속임수로 이루어진 것일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모든 것을 하나씩 철저하게 의심하고 배제하다보면 한 가지 결론에 이를 수 있다. 즉, 모든 것을 의심하더라도, 무엇인가를 의심하고 있는 '나 자신'은 분명하게 존재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데카르트는 '의심하고 있는 나 자신의 존재'만은 분명하게 확신할 수 있다고 파악하고 선언한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

    통 속의 뇌(Brain in a Vat)



    "어떤 과학자에 의해 뇌가 육체로부터 분리되어, 영양분이 가득 담긴 통 속으로 옮겨졌다. 통 속에 들어간 뇌와 슈퍼 컴퓨터를 연결하여, 현실과 동일하게 느껴지는 전기 신호를 보낸다. 외부와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더라도, 전기 자극에 따라 완벽하게 정상적으로 접촉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내가 통 속에 들어간 뇌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는가?"

    분석 철학자 '힐러리 퍼트넘'은 아래의 가정에 근거하여, 통 속의 뇌라는 상황은 애초에 성립될 수 없다고 비판한다.

    1) 뇌가 육체로부터 분리될 때, 자신이 '통 속의 뇌'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없다.
    2) 외부의 전기 신호가 강제로 주입되지 않는 한, '통 속의 뇌'라는 개념을 알 수 없다. 
    3) 설령 '통 속의 뇌'라는 외부의 전기 신호가 주입되더라도, 이는 자극에 대한 단순 반응이다.
      
    '내가 통 속의 뇌인가?'라고 의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자신이 통 속의 뇌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시각 장애인들은 설명을 들어 '파란색'을 이해할 수 있지만,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파란색'이 무엇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통 속의 뇌'라는 개념에 대해 의심하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내가 통 속의 뇌에 들어가있지 않다는 것이다.(전기 신호 자극에 대해 단순 반응만 할 수 있다는 것이 '통 속의 뇌'의 핵심이다.)

    생각해 볼 점

      
    '데카르트의 악마'와 '통 속의 뇌' 사고실험은 진리가 우리의 인식 넘어에 있다는 관념론을 비판한다. 이러한 사고실험에 따르면, 만약 진리가 우리의 인식 너머에 있더라도, 우리는 이를 결코 알 수 없을 것이다.(심즈 게임 속 캐릭터가 자신이 게임 속 캐릭터라는 것을 결코 알 수 없는 것과 같다.)
      
    만약 통 속의 뇌를 구현할 수 있고, 통 속의 뇌가 될 수 있다는 선택권을 준다면 어떻게 할까?
    '경험 기계(Experience Machine)'에서 논의했던 것처럼, 통 속의 뇌가 되는 것을 마냥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것은 그저 개인의 선택에 지나지 않는다.
      
    다양한 영화, 드라마, 만화, 소설 등의 소재에서 사용되고 있는 만큼, 한 번 정도는 의심하고 생각해보면 재미있을만한 소재이다.